# 어쩌다 강의를 하게 되었고, 어떻게 준비했나
## 몇 번의 고민 끝에 다시 보인 공고
마감 하루 전 충동 지원, 밀려있는 우테코 미션... 70명 앞에서 강의를 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등학생 70명 앞에서 6시간 동안 땀 뻘뻘 흘리며
'바이브 코딩'을 외치고 온 이 우당탕탕 출강기는
인생에서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
스무살 때부터 코딩 과외를 하며 일종의 교육 활동을 꾸준히 해왔지만,
이번 경험은 현재의 내 신분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큰 규모의 교육 활동이었다.

나는 며칠 전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총 6시간 동안 바이브 코딩 강의를 진행했다. 인원은 오전과 오후를 합쳐 70명 정도였다.
처음부터 엄청난 각오를 가지고 지원한 건 아니었다.
몇 주 전에 공고가 뜬 걸 봤었는데, 그때는 당연히 우테코가 한창 바쁠 때라 '이런 거 하는구나~' 하고 넘겼었다.
마감은 4월 10일까지였다.

그런데 4월 9일에 다시 공고가 보였다.
그때의 공고는 내 눈에 밟혔고 그냥 지나가기가 어려웠다.
공고를 보면 볼수록 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고 여러 크루에게 의견을 구하며 마음이 어느 정도 굳혀졌던 것 같다.
결국엔 출석 인정이 되는지 코치한테 물어보고, 된다고 하면 지원해보기로 했다.
평일이었기 때문에 출결 문제가 가장 컸다.

돌아온 답변은 출결 인정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갔다 와서 소감을 공유해주면 좋겠다고 하셨다.

이 답변을 듣자마자 바로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마감이 바로 다음 날이었다.
## 일단 메일부터 보냈다
출결 인정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계획서를 작성하려 했지만, 하루 만에 강의 계획서를 쓰는 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메일을 일단 먼저 보냈다. 경쟁률이 빡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간은 4월 9일 18시 24분이었다.

10분만에 바로 답장이 바로 왔다.

이제 진짜 주제를 고민해야 했다.
내 직무 경험을 살려 서버와 보안 쪽을 할 수도 있었고, 실제 내가 다뤄본 SPL 문법과 보안 관제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왜인지 모르겠지만 우테코 온보딩 미션이었던 Gemini Canvas로 웹앱 만들기였다.
결국 흥미와 재미 원탑은 Gemini Canvas라고 판단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처음부터 복잡한 개발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본인의 아이디어가 실제로 화면 위에서 움직이는 경험을 주는 게 더 의미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총 세 차시, 3시간으로 나눠 강의 계획서를 바로 작성하기 시작했다.
## 피드백으로 먹고사는 나
나는 제삼자의 피드백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이번에도 혼자 계획서를 작성하다 보니 다른 사람의 피드백이 많이 필요했다.
이때 같은 프론트 크루인 레스와 클라우디에게 피드백을 받았다.
특히 레스에게는 페어 피드백을 넣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받았다.

그리고 고등학교 친구들한테도 피드백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피드백으로 인해 계획서가 꽤 많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2차시에 초기 프로토타입 구현, 3차시에 개선 과정 경험을 넣으려고 했다.
그런데 2시간 동안 같은 걸 하는 느낌이 들어 루즈해질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그래서 2차시와 3차시의 일부를 합치고, 3차시는 페어 피드백으로 방향성을 수정했다.
그렇게 완성된 강의 계획서는 다음과 같다.




여기까지가 주말을 포함한 4일, 정확히는 이틀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엄청나게 큰 쓰나미가 관통한 기분이었다.
## 책임감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일이 왔다.

강의는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으로 총 6시간을 진행해야 했다.
디미고의 전공UP 프로그램은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진로 탐색 등을 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대학교의 수강 신청처럼 디미고 자체 사이트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신청해서 듣는 방식이었다.
내가 계획서를 꽤 구체적으로 써서인지, 아니면 학생들이 바이브 코딩에 대한 흥미가 많아서인지, 9개의 강의 중 학생들이 세 번째로 많이 신청한 강의가 되었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부담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처음에는 그냥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신청 인원을 보고 나니 이게 단순히 가서 말만 하다가 오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이 직접 선택해서 들어오는 강의라면, 적어도 그 선택이 아깝지 않게 만들어야 했다.
## 시행착오
계획서를 바탕으로 슬라이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강의를 하는 슬라이드도 Gemini Canvas로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짜잔, 사실은 이것도 Canvas였어요!" 하고 싶었다.
하지만 Canvas로 만들면 만들수록 굉장히 구체적이고 30장이 넘는 슬라이드를 전부 마음에 들 때까지 재요청하는 게 쉽지 않았다.
또한 단일 HTML 파일로 슬라이드를 만들다 보니 한 번 요청할 때마다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던 것 같다.
다행히 Pro 요금제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방식으로 끝까지 가는 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슬라이드를 만드는 중간부터는 HTML 파일을 추출해 Codex, Claude와 함께 검토하며 제작했다.
## 단일 HTML 파일을 고집했던 이유
잠깐 강의가 다 끝난 현재 시점에서 회고를 해보자면, 파일 추출 후에도 나는 계속 단일 HTML 파일로 제작했다.
그때 생각으로는 단일 HTML 파일로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슬라이드를 배포하고, 학생들이 나중에도 쉽게 슬라이드를 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단일 천몇 줄짜리 파일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만들면서도 계속 슬라이드의 데이터 부분과 렌더링 부분을 나누고 싶었다.
나누게 된다면 데이터 수정 시에는 해당 파일만 수정하고, UI 수정 시에는 렌더링 부분만 수정하면 되니까 훨씬 편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앞선 이유 때문에 계속 불편함을 견뎠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봤을 땐 파일을 나눠서 작업한 뒤 완성 후에 하나의 HTML 파일로 합쳐도 될 것 같고, 웹사이트를 PDF로 추출해 달라고 한 뒤 PDF 자료를 줬어도 됐던 것 같다.
아마 그땐 얼른 만들어야 하기도 했고, 정신없이 수정하다 보니 다른 방안을 굳이 생각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호흡이 긴 슬라이드를 풀 바이브 코딩으로 만드는 경험은 꽤 신선했다.
https://getdesign.md/에서 원하는 디자인 프롬프트를 추출하고 deisgn.md 파일을 만들어 에이전트와 함께 슬라이드를 개선해가는 과정도 값진 경험이었던 것 같다.

## 우테코는 잠깐 뒷전
그리고 이 시기는 우테코 본미션, 정확히는 페이먼츠 미션 step1 코드 리뷰 반영 기간이었다.
그런데 본미션을 제쳐두고 이 슬라이드 제작과 플로우 설계에 더 시간을 많이 쏟았다.
사실 리뷰어가 본미션 피드백을 강의 전날에 늦게 해 줘서 그전까지 시간이 있기도 했다.
그래도 우테코를 잠깐 제쳐두는 게 맞나 하는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후회하지 않는다.
이 강의는 내가 대충 준비해서 가도 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특히 교육자의 관점에서 내용을 단순히 알고 있다고만 해서 좋은 교육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아는 걸 말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직접 이해하고 따라올 수 있게 만드는 것은 꽤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 벼락치기..?
당일 아침 8시 반까지 모란에서 안산 구석의 학교로 갈 수 없었기에, 전날 미리 안산에 갔다.
그날은 프론트 크루인 유월과 카페에서 각자 작업했다.
그때도 계속해서 슬라이드를 수정하고 시연하고 친구들에게 피드백을 받으며 더 나은 플로우를 제안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날 밤 유월에게 최종적으로 피드백을 받았다.
유월의 여러 자잘한 피드백은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됐다.
가독성, 용어가 어려운 부분, 슬라이드 순서 개선, 도입부 흥미 유발 등.
내가 플로우대로 설명을 하며 피드백을 받으니 맥락이 어색한 부분과 갑자기 step up 되는 내용들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아예 없애버린 슬라이드도 생길 정도였다.
유월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도입부 흥미 유발로 우테코 온보딩에서 사용했던 소재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렇게 강의 준비를 마무리했다.
물론 완벽한 마무리는 아니었다.
스크립트도 없었고, 전체 시뮬레이션도 못 해봤기에..
## 강의날이 되었다
아침 6시 20분에 일어나서 준비하기 시작했다.
같은 안산인데도 유월 집에서 디미고까지의 거리는 상당했다.
그리고 버스 교통편이 좋지 않아서 중앙역까지는 버스를 타고 갔다가, 결국 중앙역에서 택시를 타고 학교로 이동했다.
강사 대기실에 도착하고 보니 18기인 나보다 훨씬 더 선배님인 11, 12기 분들, 그리고 후배인 19기, 22기 등 다양한 나이대로 존재했다.
오랜만에 간 학교는 꽤 많이 좋아져 있었다.
매점은 웬만한 편의점보다 좋았다.
매점에선 디미고 학생들이 개발한 결제 서비스인 디미페이 키오스크를 이용하는데, 무려 페이스페이까지 자체 지원했다.



그리고 전 교실에는 터치스크린 전자칠판이 있었고, 대학교 과잠 같은 고등학교 학과 과잠까지 있었다.
## 청천벽력 같은 소식
학교 구경도 잠시, 곧바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한 강사분이 오전 수업 진행을 못하게 된다고 해서, 남은 학생들을 내 강의로 보낸다는 것이었다.
오전 수업 인원이 원래 35명이었는데, 16명이 더 오면 한 수업에 51명을 대상으로 해야 했다.
나는 페어 수업에 노트북을 사용한 실습수업이었다.
가뜩이나 사람이 많으면 통제가 힘든데, 시청각실에서 51명을 케어해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이 됐던 것 같다.

수업 직전까지 내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시간 배분이었다. 3시간을 통으로 시뮬레이션해보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남거나 오버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있었다.
두 번째는 실습에서 생길 여러 자잘한 문제였다. Gemini 무료 계정이다 보니 토큰을 다 쓴다거나, 공유 링크가 잘 안 된다거나,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세 번째는 난이도에 대한 걱정이었다. 고1이더라도 빡센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심지어 1학년 1학기에 C언어 떼며 인공지능을 배우는 학교의 학생들이었다. 바이브 코딩을 이미 다 많이 해봤고, 난이도를 너무 쉽게 느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있었다.
이 세 가지에 대한 실제 후기는 2편에서 적어보겠다.
## 강의 진행 자체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강의 진행 자체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나는 전체적으로 차시별로 목표와 실습을 명확히 해두었다.
특히 이론 부분을 앞에서 쭉 설명하고, 뒤에 남은 시간을 해당 이론을 바탕으로 실습하는 구성으로 배치하였다.
# 1차시: 바이브 코딩의 이해와 기초 설계 (50분)
[이론]
- 바이브 코딩의 개념: AI는 타자 빠른 주니어 개발자, 우리는 설계자
- Vibe Coding Loop: 요청 설계 → 초안 생성 → 실행·검토 → 기록·수정 (반복)
- 설계란 무엇인가: AI가 추측하지 않도록 미리 정하는 선택 (누가/왜/어떻게/뺄 것)
- PRD(요구사항 정의서) 5원칙: 타겟·핵심기능·I/O·기술제약·제외요소
- 막연한 요청 vs 좁혀진 PRD 비교 예시 (타이머 앱, 영단어 앱)
- 실제 예시 살펴보기
[실습]
- 각자 아이디어 선정 후 공유 시트에 PRD 작성: 앱 이름/타겟/기능/입출력/제약
# 2차시: 프롬프트 작성과 Gemini Canvas 실습 (50분)
[이론]
- 프롬프트 기본 요소 5가지: 역할·목표·맥락·제약·출력
- 라이브 데모: 영단어 퀴즈 앱 개선 사이클 (프롬프팅 → 결과 확인 → 피드백 → 수정 → 반복)
- PRD를 Gemini Canvas용 프롬프트로 변환하는 3단계
- 수정 요청 템플릿: 문제 상황 / 원하는 결과 / 수정 요청 3단 구조
[실습]
- Gemini Canvas 접속 및 환경 세팅
- Gemini Canvas로 첫 초안 생성, 직접 실행하며 문제점 발견, 수정 프롬프트 작성
# 3차시: 결과 공유와 페어 피드백 (50분)
[이론]
- 결과물 소개 3단 구조: 무엇을 만들었나(What) / 어떤 문제를 해결했나(Why) / 만족·아쉬운 점(Self-Review)
- 피드백 평가 기준 5가지: 의도 일치·UX·기능 적정성·아쉬운 점·개선 방향
[실습]
- 페어에게 결과물 소개 및 QA 피드백 나누기
- 피드백 중 하나 골라 프롬프트 재요청으로 최종 보완
- 핵심 기능 시연 및 자랑 발표회
스크립트는 없었지만 이미 나는 우테코에서 배운 많은 것들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정리되어 있는 상태였고, 슬라이드를 며칠 내내 만들며 각 슬라이드에 대한 이해를 누구보다 잘하고 있었다.
2편에서 이어서...
[기타] - IT고등학교 학생 70명 앞에서 바이브 코딩 강의를 하고 왔다 -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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